[월드리포트] 충전 필요 없는 스마트폰? |
아무리 잘 만든 최신 스마트폰도 이틀을 넘기면 여지없이 케이블을 꽂아서 충전을 해야한다. 확장 배터리를 구입해서 사용해도 표준 배터리에 비해 단 몇 시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 눈에 확 띄는 향상은 보이지 않는다.
몇 년 뒤에 리튬 이온 전지(Lithium-ion battery, Li-ion battery)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등장하면 현재의 수준 보다 조금 더 긴 사용시간을 보장해주긴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로 봤을 때 정말 획기적인 새롭고 다른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한 향후 5년간도 큰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미국 이베이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태양열 충전기와 핸들을 돌려 충전할 수 있는 미니 발전기 (출처: ebay.com)
이로 인해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아 충전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충전할 수 있는 보조기기들이 다양하게 등장해왔다.
태양열로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기기, 혹은 아예 전화기 자체에 솔라패널이 장착되어서 나오는 전화기도 오래 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항상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장시간 회사나 학교, 집, 그리고 교통수단과 같은 실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열로 충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실효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사용자가 손잡이를 직접 돌려 충전하는 충전기도 등장했는데 분당 100회 정도의 속도로 3분 정도 핸들을 돌리면 약 8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이다.
하지만 3분 이상 돌리면 기기가 과열되어 고장이 날 수도 있고 한 번 사용 후에는 10분 정도 열을 식혀 줘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3분 정도 핸들을 돌리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팔이 아프다. 재미삼아 하나 장만해서 사용해 봤는데 거의 다 방전되어 켜면 바로 꺼지는 스마트폰에 연결해 3분 정도 돌리니 8분까지는 못가고 3~4분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충전할 곳은 없는데 급하게 통화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몇 번 하고 나니 다음 날 팔에 뻐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 평상시 팔 운동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 킥스타터에 등장한 자전거용 스마트폰 충전기 Siva’s Atom 충전효율이 80% 이상이다. (출처: kickstarter.com)
이와 비슷한 구조의 장치를 자전거에 달아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이나 USB를 사용한 다른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는 자전거용 충전장치도 등장했다.
최근 뉴욕에서는 뉴욕시와 씨티은행(Citibank)이 합작으로 도시내 교통량과 배기량을 줄이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거리마다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씨티바이크(Citibike)를 운용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로 인해 자전거 사용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자전거에 장착하는 충전장치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킥스타터(Kickstarter)에도 85달러짜리 자전거 충전기가 등장했다. 다른 값싼 충전기와는 달리 이 충전기는 자전거 바퀴가 회전하는 동안 발생하는 에너지의 80%이상을 전력으로 바꿔주며 또 자전거의 속도와는 관계없이 전류 및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안전장치도 달려있다.
▲ CES2010에서 RCA가 선보였던 에어너지(Airnergy) 충전기, 공중에 떠다니는 와이파이 신호를 사용해서 충전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배터리를 다른 방법으로 충전해주는 보조 장치일 뿐 태양광이나 종류가 다른 동력에 의존하는 것 자체는 바꿀 수 없다.
3년전 CES2010에서 미국의 RCA사가 획기적인 충전장치를 선보였다. 공중에 떠다니는 와이파이 신호를 원동력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다.
어느 곳에서든 와이파이 핫스팟이 있는 곳이면 그 신호만으로도 충전을 할 수 있다니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됐던 프로토타입의 제품이었다. CES에서 보여준 제품은 30%만 남아있던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90분 이내에 100%로 충전하는 대단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것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면 아마 세계적인 제품이 되었을 테고 RCA는 기술이전 및 라이센스만 가지고도 세계 10위권 이내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제품의 상용화에 실패했고 1년 뒤인 CES2011에서는 태양광 및 와이파이 신호를 동시에 에너지 소스로 사용하는 새 제품을 들고 나왔다가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태양광을 사용하는 충전장치는 이미 식상한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같은 이동식 기기가 PC수요를 능가하고 있는 요즘 누군가 100% 와이파이 신호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면 갑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워싱턴 대학에서 개발한 무전력 송수신장치,Ambient Backscatter
워싱턴 대학에서는 비슷한 개념으로 배터리나 다른 전력 소스 없이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를 사용해서 두 기기 간에 통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미 공기 중에 존재하는 TV나 라디오 신호, 혹은 와이파이 신호를 흡수해 이것을 원동력 삼아 다른 신호로 변환시켜 다른 기기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 전파 흡수와 변환과 전송의 과정이 별도의 전력이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획기적이다.
신용카드 크기만한 두 장치가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TV전파만으로도 LED 전구 하나를 밝히는 전력도 생산해 낸다. 이 장치에는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구입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한 번 장착하면 장기간 별도의 관리가 필요치 않다. 열쇠고리에 장착해서 잃어버린 열쇠고리가 어디 있는지 찾는 간단한 용도로부터 장치를 집 벽속에 구석구석 심어서 집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복잡한 일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장치를 응용하면 가까운 미래에 충전이 필요치 않는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공중에 떠다니는 LTE 신호나 와이파이 신호의 에너지만으로도 배터리 없이도 휴대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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