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응답하라 다이얼업 |
인텔, 애플, OCZ, IBM, 시스코, 오라클, HP 등 셀 수 없이 많은 강대한 IT회사들이 즐비한 미국. 하지만 미국의 구석구석을 IT 사용에 관련해 살펴보면 다른 국가들보다도 훨씬 뒤떨어지는 모습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IT강국이라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미국은 아직도 다이얼업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태블릿으로 LTE 무선인터넷을 하는 시대에 아직도 90년대 유물인 56K 모뎀을 사용한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옛날 PC통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다이얼업으로 인터넷 공급업체에 연결해 인터넷을 한다. 이들이 아직도 인터넷을 위해 다이얼업을 사용하는 몇 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비용이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시내통화는 무제한이다. 미국의 평균 전화요금은 국제전화나 장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25달러, 세금을 합해서 30달러 정도이다. 시내통화만 한다면 몇 번을 통화하던 몇 시간을 하던 일정한 한 달 요금은 변함이 없다.
다이얼업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거나 광고가 뜨지 않는 유료서비스여도 사용료가 월 10달러를 넘지 않는다. 기존에 이미 전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광고를 봐주는 무료 서비스에 접속할 경우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ADSL이나 케이블을 사용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월 사용료가 전화요금과는 별도로 공급회사에 따라 40달러에서 60달러 정도 한다. 그것도 업로드 속도가 높은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이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가격의 요금을 내야 한다.
둘째는 다이얼업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용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터넷 사용 용도를 보면 이메일과 단순한 웹서핑, 그리고 인터넷 쇼핑 정도이다. 음악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용도로 볼 때 굳이 고속 인터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로, 다이얼업 인터넷 사용자들은 주로 보수적인 성향의 가정인 경우가 많은데, 비용을 아끼기 위한 의도 보다는 가족의 유대관계를 더 중시 여기는 이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TV도 없는 경우가 많다.
직장과 학교에 다녀온 가족이 저녁시간에 주로 모두 만나는데, 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가족들이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나눈다. TV나 인터넷 같이 가족들 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것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식사 때 뿐 아니라 다른 여가시간에도 각자의 스마트폰만을 쳐다보며 대화가 없는 많은 가정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자연적으로 인터넷은 학교나 직장에서만 사용하고 집에서는 다이얼업으로 꼭 필요한 것만 쓰게 되기 마련이다.
2012년 집계 결과 미국 내 다이얼업 사용자는 미국 전체 인터넷 인구의 6퍼센트였다. AOL 단독으로만도 3천5백만개의 다이얼업 어카운트를 가지고 있었다. 초고속 광케이블로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는 버라이존도 3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에게 아직까지 다이얼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ADSL이나 케이블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매 해 다이얼업 신규 가입 신청자가 끊임없이 있어서 전체 사용자 수는 줄고 있지 않다. 응답하라 1994의 타이틀 효과음으로 사용하는 다이얼업 모뎀 연결소리를 미국에서는 아직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지난 1년간 미국 내에서 사용된 OS 분포도 (도표: statcounter.com)
미국에서는 아직도 윈도95와 윈도98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믿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미국 내에서 사용한 OS의 분포도를 보면 윈도7이 단연 1위지만 내년 4월 업데이트 서비스가 끝나는 윈도XP가 아직도 윈도8보다 사용률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기타(Other)로 분류된 OS 중에는 윈도95, 윈도98, 윈도ME, 윈도NT 그리고 윈도2000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구형 OS의 점유율은 0.29퍼센트나 된다.
OS 점유율은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미국 내의 전체 인터넷 유저 수가 작년 말 기준으로 2억6천만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0.29퍼센트의 점유율이라는 숫자는 7천5백만 명은 아직도 윈도XP 이전의 구형 윈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가정보다는 소기업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단순한 워드나 엑셀 작업 및 뱅킹과 입출금 기록을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훌륭한 성능이 필요할 리 없다. 10년이고 20년이고 고장 나면 수리하고 웬만하면 계속해서 사용하는 소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근검절약하고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보수 미국인들의 사상은 높이 살만 하다. 기기가 오래 되거나 고장 나면 짧은 기간 내에도 쉽게 바꾸고 어른이나 어린이나 밤낮 인터넷에 매달려 사는 IT강국 한국은 이런 면들은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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