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브로드웰(코어M)'이 기다려지는 이유 |
지난 2006년, 서울의 한 호텔 행사장에 난데없는 오토바이 엔진음이 울려퍼졌다. 당시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은 행사 시작과 함께 들려온 이 갑작스러운 굉음에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간담회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새 CPU를 발표하는 자리여서 오토바이 소리가 더욱 뜸금없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덩치의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와 당시 인텔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책임자였던 존 안톤 부사장이었다. 이 날의 퍼포먼스는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인텔의 새 CPU '코어2 듀오'의 혁신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IT 업계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발표한 코어2 듀오는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AMD 애슬론의 파상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던 인텔을 오늘날의 강자로 재기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었다. 때문에 혹자는 이 날의 엔진음은 인텔의 부활을 시장에 알리고 반도체의 강자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했던 신호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새로운 CPU의 인기가 엄청났고, 그 때의 영향력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명과 암이 엇갈렸던 펜티엄, 그리고 넷버스트 아키텍처
사실 인텔 CPU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책을 써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방대한 이야깃거리들이 존재할 것이다. 현재는 이름마저 희미한 펜티엄 P5 아키텍처를 시작으로 펜티엄 프로에 처음 등장했던 P6 아키텍처,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펜티엄2와 펜티엄3까지. PC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 온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제품과 기술들이 PC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오늘날 IT 산업의 시초가 됐다.
참고로 인텔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펜티엄(Pentium)은 잘 알려졌다시피 숫자 5를 뜻하는 라틴어 'Penta'와 인텔을 뜻하는 'i', 광물의 이름 뒤에 붙는 'um'을 합성한 이름이다. 이는 기존에 사용하던 386, 486 등의 네이밍이 저작권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는 판결 때문에 만들어진 인텔만의 고유명사다.
하지만 다소 급하게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는 오히려 PC를 잘 모르던 사람조차 인텔을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윈도우에 최적화된PC'라는 이미지까지 심어주면서 펜티엄 프로세서에 대한 PC 유저들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게 된다.
펜티엄 프로세서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을 꼽으라면 누구나 넷버스트(Netburst) 아키텍처를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지난 2000년 코드명 윌라멧으로 불리는 펜티엄4에서 처음 사용됐던 넷버스트 아키텍처는 CPU의 클럭을 이전과 비교해 더욱 높일 수 있어 성능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이에 얼마 뒤 출시된 노스우드 프로세서는 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공정을 0.13미크론까지 낮춰 인텔의 역사에 가장 인상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된다.
하지만 넷버스트 아키텍처 CPU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경쟁사인 AMD의 선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성능으로 홍보했던 프레스캇이 발열과 전력 문제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리콜을 요구하며 인텔을 압박했고, 그간 쌓아온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어찌보면 이 시기가 인텔에 있어서는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린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
앞서 말했듯 인텔은 지난 2006년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어2 듀오와 코어2 쿼드를 내놓으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펜티엄 시절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인텔은 프레스캇 출시 이후 애슬론을 앞세운 AMD의 공세에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코어2 듀오는 이러한 분위기를 다시 인텔로 끌어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 프레스캇은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발열과 전력 소모 등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역사상 가장 뜨거운 CPU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된 코어 마이크로 기반의 CPU는 성능을 높인 것은 물론 발열과 소음까지 잡아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CPU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기존 제품의 상당수가 논리적으로 코어의 개수를 늘렸던 반면 코어2 시리즈는 물리적으로 코어의 개수를 늘려 실제 성능에 있어 큰 향상을 이루어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넷버스트 아키텍처가 클럭당 3개의 명령어를 처리했던 반면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에서는 4개의 명령어를 수행할 수 있고, 명령어의 실행 유닛 및 부동소수점 처리 유닛도 128비트로 확장됐다. 여기에 FSB(프론트 사이드 버스)의 작동 속도를 높이고, 반대로 TDP(열 설계전력)를 줄여 와트당 성능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낸
이는 전력 소모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점점 높아지고 있던 당시의 시대상과 정확히 부합하는 콘셉트였다. 결과적으로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의 등장은 데스크톱 플랫폼은 물론 노트북과 서버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함으로써 새로운 인텔 천하를 만드는 발판이 됐던 것이다.
공정과 아키텍처의 변화에 기인한 틱-톡 전략
인텔 프로세서의 역사를 말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틱-톡(Tick-Tock)일 것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미세화된 공정의 제품과 새롭게 바뀐 아키텍처의 제품을 1년 단위로 번갈아 가며 출시하는 인텔만의 전략이다. 즉 틱(Tick)에 해당하는 해에는 이전 제품보다 더욱 미세화된 공정의 제품을 내놓게 되고, 톡(Tock)에 해당하는 해에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 기반의 펜린(Penryn) 프로세서는 45nm 공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2년 뒤 이는 32nm 공정으로 바뀌게 되고, 다시 2년 뒤 22nm 공정으로 미세화된다. 이렇게 공정이 미세화되면 성능도 있지만, 특히 환경적인 부분에서의 이점이 뚜렷해지게 된다. 먼저 발열과 소비전력이 크게 줄게 되고, 다이의 사이즈도 작아지기 때문에 프로세서의 크기도 덩달아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톡에 해당하는 해에는 아키텍처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과거 넷버스트 아키텍처에서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로 바뀐 이후 인텔은 이 틱톡 전략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꾸준히 변화된 아키텍처를 적용해왔다.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 등장 후 2년 뒤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다시 2년 뒤에는 샌디브릿지(Sandy Bridge) 아키텍처를, 그리고 2년 뒤 하스웰 아키텍처까지 인텔의 아키텍처는 철저하게 틱톡 전략의 로드맵에 따라 변화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앞서 공정의 미세화가 환경적인 이득을 이끌어냈다면 아키텍처의 변화는 CPU의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음으로써 성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현재의 22nm 기반의 하스웰 아키텍처 프로세서는 기존의 32nm 공정의 샌디브릿지 아키텍처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전력, 발열 등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룩한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코어 i 시리즈의 탄생, 린필드에서 하스웰까지...
코어2 프로세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준 기념비적인 제품이라면 코어 i 시리즈 프로세서는 PC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어준 제품이라 말할 수 있다. 코어 i 시리즈 프로세서의 첫 등장은 지난 2008년 11월에 출시된 블룸필드 모델로 45nm 공정의 네할렘 아키텍처를 적용한 첫 제품이었다. 이어 메인스트림급 제품의 린필드를 내놓게 되고, 여기에 보급형에 해당하는 클락데일과 최상위 모델인 걸프타운까지 사양과 기능에 따라 코어 i7/i5/i3 등의 네이밍으로 세분화된다. 그리고 1세대로 명명된 이 제품은 본격적인 코어 i 시리즈의 시대를 개막을 알린 선발대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네할렘 아키텍처가 적용된 이 제품은 노스브릿지를 CPU에 내장하고 L3 캐쉬를 추가함으로써 성능을 더욱 개선했고, 그간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던 쿼드코어를 대중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처음으로 터보 부스트 기술을 적용해 오버클럭에 대한 정의를 새로 썼던 제품이기도 하다.
코어 i 시리즈는 2세대 모델인 샌디브릿지로 넘어오면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된다. 네할렘 아키텍처에서 변화된 샌디브릿지 아키텍처를 사용한 2세대 제품은 CPU에 GPU를 통합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내장 그래픽을 구현했다. 물론 통합GPU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그래픽카드 만큼의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보급형PC에 있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것은 물론 가격이나 전력 면에서도 더 향상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이러한 특징은 현재 노트북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울트라북을 최초로 태동시킨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3세대 아이비브릿지(IvyBridge) 프로세서는 공정의 미세화를 통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임은 물론 일반적인 컴퓨팅 성능을 더욱 높여 코어 i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심을 끌어냈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내장 GPU가 HD2000 시리즈에서 HD2500/4000 시리즈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그래픽카드의 성능 향상을 위해 PCI-Express 슬롯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기능적으로도 많은 개선을 이루게 된다.
▲ 인텔 코어i5-4세대 4690 (하스웰 리프레시)
인텔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2013년 코어 i 시리즈 4세대 제품인 하스웰(Haswell)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실 하스웰 프로세서는 기존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 면에서는 10% 내외의 향상만 이뤄 지금까지 제품들과 비교해 다소 부족하지 않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전력이 획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개선을 이뤄 결국 이 제품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오래지 않아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게 된다. 또한 GPU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줘 저가 그래픽카드 없이도 충분히 보급형PC를 구현할 수 있을 된다. 이러한 특징은 노트북의 발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실제로 하스웰 출시 이후 보급형 노트북의 성능이 크게 향상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더욱 높여줬다.
이제 곧 그 분이 오신다. 머지 않은 브로드웰(코어M) 시대
인텔은 자료를 통해 코드명 '브로드웰(코어M)'로 명명된 프로세서를 언급했다. 14nm의 미세 공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브로드웰(코어M)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처를 적용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성능과 전력 등 모든 면에서 하스웰 및 하스웰 리프레시 프로세서에 비해 많은 개선을 이루어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해짐에 따라 성능, 전력, 발열 및 생산성 등은 오히려 더 좋아지게 된다. 즉 노트북처럼 휴대성을 중점으로 하는 디바이스에 있어서는 브로드웰(코어M)처럼 미세화된 공정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배터리의 수명이 길어지고, 발열량을 줄일 수 있어 휴대성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현재 인텔이 공개한 브로드웰(코어M) 프로세서는 모바일용 프로세서인 브로드웰(코어M)-Y로 머지 않아 이를 탑재한 제품이 선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웰(코어M)-Y는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면적은 50%, 두께는 30% 가량 얇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 하스웰 프로세서이 비해 전력 소모가 많게는 25% 가량 적어졌고, 특히 대기 상태에서는 무려 60%나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사용 시간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내장 그래픽도 20% 이상 빨라져 그래픽카드 없이도 웬만한 온라인 게임은 쌩쌩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K급 UHD 해상도 출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여가 생활 수준도 크게 높여줄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브로드웰(코어M) 프로세서는 올 4분기 모바일용 프로세서의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 중순 경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도 선보이게 된다.
이제 곧 브로드웰(코어M)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사실 인텔은 새로운 플랫폼을 발표할 때마다 늘 커다란 이슈를 일으키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물론 제품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특히 이번 브로드웰(코어M)에 거는 업계 관계자 및 소비자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보면 브로드웰(코어M) 프로세서는 코어2 듀오 이상의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 연말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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